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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미디어와 축구의 함수

생글이_진주FC 2010. 4. 15. 00:01

 

많은 축구팬 여러분들이 단절된 미디어와 축구로 인해 꽤 스트레스를 받고 계신 모양입니다.

뭐, 저도 열성(?) 야구팬인 제 여동생과 가볍게 말싸움 한 적도 많죠. 그러나 언젠가는 프로축구도 제 시간에 생중계로 볼 수 있을거란 희망을 가지고 삽니다. 그때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올거라고 생각하죠.

 

참고로 제 여동생은 야구 경기장에도 제법 갈 정도로 충실한(?) 팬입니다만. 아주 대표적인 한국식 팬이기도 하죠.

그녀가 야구장을 찾는 이유는 WBC와 올림픽으로 노출이 된 선수들을 찾아보기 위함이거든요. 그러니까 그녀가 야구에 열광하게 된 역사는 꽤 일천합니다. 그리고 요즘은 그나마도 좀 시들하지요.

 

아마 월드컵이 되면 테레비에서 본 축구선수들 보러 축구장 가겠죠.

야구에 빠지기 전엔 그녀도 열성 축구소녀였으니까요-_-; 2002월드컵 멤버들 은퇴와 더불어 휴학했지만, 복학한다고 해서 뭐라 할 사람 누가 있나요?

 

 

 

 

 

 

저 역시 태평양 돌핀스가 있던 시절엔 야구장을 제법 찾았지만 그 무렵 제 기억엔 맥주 마시고 주사 부리는 아저씨들과 할아버지만 한 무더기였더랬죠.-_-; 뭐 그것도 그것대로 좋았습니다. 무적의 해태와 막강 화력 삼성, 그리고 반짝 롯데한테 허구헌날 깨지던 하위권 팀이었지만 저는 태평양이 있어서 햄볶았습니다.

 

현대 유니콘즈가 서울로 승천하려다 못하고 시궁창 수원에 쳐박힌 다음부턴 꼬라지 보기 싫어서 안 갑니다만...

이런 말 하면 안 되는데, 현대가 망한 꼴 보고 묘한 쾌감을 느낀 적도 있더랬죠. 전 아무래도 현대에 묘한 배신감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태평양이 SK되서 인천으로 날라버리고 외로이 남은 전 현대를 응원했었지만....그것도 잠깐. 현실을 알고나서부턴 ...현대를 좀 미워라 했죠.(전 야구도 스크는 싫어라 합니다. 사랑하던 태평양의 후신입니다만...정이 안 가요. 아니 그보단 야구엔 무관심이랄까...)

 

실상도 그랬습니다. 아무리 1위를 해도 수원 사람 누구도 현대를 응원한 사람도 없고, 심지어 현대가 우승을 하던 그 순간에도 야구경기장 안에 있는 사람보다 그 근처 홈플러스에 사람이 더 많이 미어터질 지경이었으니까요. 오죽하면 현대 유목민이라고 했을까요. 만약 현대가 조금이라도 연고지 정착에 애를 썼다면 유목민이라는 굴욕적인 별명이나 수원 사람들의 쌀쌀한 태도는 많이 누그러졌겠죠.

 

전 농구 경기장도 자주 찾았었지만, 썩을 썬더러스가 서울 간 다음부턴 안 갑니다. 내 팀도 아닌데 뭐하러 찾아보나요? 아마 지금 수원 블루윙즈도 이사가면 축구장 다신 안 가겠죠...

 

각설하고, 요즘 경기장 모습은 좀 다르지요.

연인들, 젊은 여인네들, 남정네들까지.

그런데 이런 모습이 나타난게 그리 긴 편이 아니지요. 적어도 미련을 못 버리고 야구장에 다닌게 2002년까지였고, 그다음 여동생 성화에 한화 이글스 경기 20여경기 찾아본 결과 확신할 수 있습니다. 이건....

 

요컨데 요즘 야구판은 WBC와 올림픽, 그리고 이어진 야구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 배후에 미디어의 강력한 지원이 있다는 건 삼척동자라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프로 스포츠든 미디어와 괴리되어선 살아남을 수가 없지요. 야구가 수익이 나니까 야구만 보여준다고요?

 

월드컵 기간엔 야구가 수익이 안 나는데도 반쪽이나마 계속 편성해왔던 사실은 뭘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월드컵때도 야구가 수익이 나니까 중계했다고 할 셈인가요? 그건 설명이 되지 않지요. 야구가 미디어와 강력한 연관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관계가 부정하다고, 불공정하다고 비판할 수는 없지요. 그것은 프로축구보다 빨리 시작한 프로야구만의 특권이자 기득권입니다. 

 

야구팬들이 축구가 가진 기득권이자 특권인 월드컵이 불공정하다 비판하진 않지 않습니까?

 

 

 

 

 

요즘 남아공 월드컵 덕분에 시장이 요동치고 있죠.

평소엔 축구에 관심도 없을 것 같던 가수들이나 연예인들이 연일 월드컵송이다 응원송이다 뭐다 하며 활동중이죠.

월드컵 시즌엔 축구도 털어먹을만 한 소재인 것은 분명하니까요. 특히 초대박친 2002월드컵의 추억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 스페셜 웨폰은 축구의 필살기이자, 게이지만 차면 무한 공짜로 쓸 수 있는 리미트기입니다.

물론 반드시 예선을 통과해야 한다는 높은 관문이 존재하긴 하지만, 요즘같이 아시아 예선이 널럴할 땐 뭐 공인 필살기죠. 하지만 무엇보다 강한 축구의 무기는...야구가 그토록 부러워하는 기초가 있다는 것이죠.

 

축구가 야구보다 유리한 무기는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이건 미디어와는 상관없는 강점이죠.

 

 

1. 해외 선진시장이 존재

 

그래요.

야구와는 달리 축구는 세계시장이 존재합니다.

야구선수들의 꿈은 메이저라고 하죠, 하지만 축구선수는 취향대로 골라먹는 재미가 있죠.

바로 세계 3대리그라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이탈리아 세리에 A, 스페인 라리가. 그리고 그만 못하지만 여전히 훌륭한 리그인 분데스 리그. 그리고 그보다 낮은 프랑스, 네덜란드, 러시아의 리그들까지.

 

 

 

 

 

 

이런 선진화되고 규모 있는 해외시장이 다수 있기에 축구는 선수수급과 공급 모든 것이 자유롭습니다.

프로팀이 해외시장과 연동해 선수를 사고 팔아 재정확충을 꾀할 수 있다는 사실.

선수가 자신이 목표로 하는 최고의 자리에 서기까지 여러 단계의 리그를 밟아나갈 수 있다는 사실.

 

이것만으로도 축구는 기득권, 특권을 가진 셈입니다.

메이저 아니면 일본뿐인 야구보단 그나마 사정이 나은 셈이죠. 차선의 선택지가 있다는 건 선수에게나 팀에게나 유리한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2. 그나마 정착된 연고제.

 

한화 이글스, SK와이번즈, 기아타이거즈, 두산 베어즈, 삼성라이온즈, 넥센 히어로즈, 엘지 트윈스, 롯데 자이언트.

프로야구팀은 기업명이 붙고 그 다음 마스코트명이 붙습니다. 뭐 이게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한화가 충청도팀이고, SK가 인천팀이고, 삼성이 대구팀이고, 엘지가 서울팀인거 누가 모르냐고 하면 할 말 없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느 정도 야구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이나 아는 사실입니다.

팀 이름보고 직관적으로 기아 타이거즈가 전라도 팀이다라고 아는 눈치빠른 인류는 지구상에 없습니다-_-;

 

그런 면에서 프로축구는 적어도 기업보단 지역 이름이 먼저오며, 중계시에도 기업명이나 마스코트명은 생략되는 경우가 잦습니다. 프로야구 중계시에도 야구는 한화와 두산의 경기, 엘지와 롯데의 경기라고 하죠? 축구는 강원과 제주의 경기라고 하고 있지요. 요건 좀 크지요. 왜 많은 지자체가 축구단을 창설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프로팀이 사유 경기장을 보유할 수 없는 한국적 상황에서 지자체의 협조와 지원이 없어서야 팀창단은 난감을 넘어 불가능하다는 건 상식입니다. 그런 지자체의 최고 목표는? 요즘엔 브랜드 홍보라는게 각광받는 시기라서 각 지자체는 자기네들 홍보에 몸이 달아오른 상태죠. 그러니 드라마 찍는다면 몇십억 부담은 일도 아닙니다. 더군다나 정기적으로 지역 홍보가 가능한 스포츠가 있다면?

 

프로 축구단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각 지자체들은 지역기업들 스폰을 스스로 알아서 붙여주고, 팀창단을 독려하고 있지요.  경기장이 없으면 경기장을 지어주고, 스폰이 없으면 스폰을 붙여주고, 조례가 없으면 지자체 특별조례까지 만들어 팀창단을 유도합니다. 왜?

 

지역홍보가 되기 때문이다? 단순히 그것만이라고는 설명할 수 없죠.

크게 몇가지 이점이 존재합니다.

 

첫번째, 지역연고 프로팀이 생겨나면 가장 먼저 해당 지역의 유소년 스포츠&사회 스포츠가 성장 탄력을 받게 됩니다.

 

미래의 일자리가 생겨난다는 건 꿈을 가진 소년들이 야망을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걸어볼만한 동기를 부여하게 됩니다. 과거 강원도에서 축구를 한다는 것과 서울에서 축구를 한다는 건 여러가지 차이가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강원도에 프로축구팀이 생겼으니 이제 더 많은 강원소년들이 축구란 스포츠에 야망을 가지게 되겠죠. 적어도 축구를 시작해 백수가 될 가능성은 줄였잖습니까?

 

 

 

 

 

거기에 각 프로팀은 유소년층을 육성해 장기적으로 잘 훈련받고, 기량이 좋은 젊은 선수들을 공급받고 싶어합니다.

여기엔 많은 투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만, 이게 꼭 불리하지만은 않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축구엔 해외 선진시장이 존재하고, 또 그 해외시장의 주축인 유럽축구계는 선수를 공급받아 이득이 나면 그 이득을 선수를 기른 각 단계의 육성기관에 공급합니다.

 

선수 하나 대박내면 팀으로서나 유소년 육성 기관으로서나 손해보는 장사는 아닙니다.

그러니 교육받는 유소년이나 교육시키는 각 학교 및 선수단, 심지어 팀까지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되죠. 

설혹 아이들이 난 재능이 없어서 공부나 해야겠다라고 해도 문제는 없습니다. 어쨋든 그 아이는 축구에 호감을 가진 어른이 될테고, 나중에 기꺼이 지갑을 열 테니 말이죠.

 

그리고 그 아이가 어른이 되서 단순히 보는 것으로 만족할까요?

그렇지 않지요. 사실 대한민국 사회 스포츠의 절대적 군림천하 스포츠는 축구입니다. 야구는 그 앞에서 한없이 왜소하죠. 자기 동네에 조기축구회 하나 없는 동네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주말 학교 운동장은 그네들 차지죠-_-;

 

 

 

 

 

 

 

 

아마 도시 중고등학교치고 조기축구회에 운동장 빌려주고 돈 안 받아본 학교 드물 겁니다.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특히 제가 사는 수원 여느 동네는 인조 잔디 깔린 학교가 제법 많지요. 연고기업인 SK와 삼성이 이런데 지갑을 제법 열어줄뿐 아니라, KFA도 투자를 상당히 많이 해서 천연잔디 축구장 3면을 가진 너른 회사 운동장과 인조잔디 1면을 가진 초등학교 서너개에서 주말이면 아저씨들이 땀을 빼고, 근처 유소년 축구단 아해들이 코치 형과 더불어 축구를 합니다.

 

풀뿌리 스포츠란 면에서 보면 축구가 야구보단 덩치가 몇십배는 크지요.

(저도 조기축구회에서 사무 알바보며 용돈벌이 솔솔이 했던 기억도 있고, 이 양반들 경기 끝나고 근처 호프집가서 한잔씩들 하시는데 그래서 주변 가게들이 좋아라 하죠. 마눌님들이 성질 내서 그렇지, 지역경제&본인&스포츠 시장에선 좋은 상황이죠.)

 

두번째, 지역경제에 자극을 줍니다.

 

프로팀이라는 건 원래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쓰게 생겨먹은 녀석입니다.

즉, 지역에 자리를 잡으면 싫든 좋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많은 돈을 지역에 뿌리게 됩니다. 보통 프로축구팀 하나는 연 150억 정도의 돈을 쓴다고 하지요. 잘 나가는 팀은 300억까지도 뿌린다고 하는데, 이걸 범용 케이스로 보기엔 무리가 있으니 일단 150억 정도라고 하지요.

 

이 중 적어도 10%는 유소년 축구육성을 위해 지역에 투하됩니다.

거기에 소유는 지자체가, 유지비는 팀이 댄다는 굉장한 룰 덕에 지자체는 프로팀하나 유치하면 골아픈 경기장 유지보수 그나마 한시름 놓아도 됩니다. 뿐만 아니라, 억지로라도 프로팀과 스폰 계약을 한 지역기업들도 존재하지요.

 

 

 

 

 

 

원래 지역연고 프로팀과 스폰계약을 안한다면 서울에 있는 공중파 방송사들 광고를 사들였을 돈이 스폰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그 돈은? 고스란히 자제체에 떨어집니다. 지자체 입장에선 서울로 빨려들어갔을 돈이 프로축구팀으로 빨려들어가고, 그 팀이 지역경제에 돈을 쓴다는 자체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렇게 만들어주면 어떻게든 팀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많은 신생 프로팀들이 선수를 육성하고 팔아 운영비를 대고 있지요. 웃기는 사실은 선수 풀이 얇아져서 리그의 경쟁력이 감퇴하고, 선수층이 얇은 관계로 나중엔 선수를 팔수 도 없을거라던 예측들을 비웃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즉, 주목받지 못하던 2군 혹은 N리그 선수들이 발굴되서 훌륭히 제 몫을 하는 선수들이 되고 있다는 거죠.

척박한 땅에 심어진 사과나무를 보고 곧 굶어죽으리라는 비웃음에 외려 비웃음을 날리던 여느 농부과 같은 케이스입니다. 굶어죽으리라던 사과나무가 척박한 땅에 살아남으려 더욱 싶이, 더욱 많이 뿌리를 내려 더욱 달콤한 사과를 만들어내듯, 현재 우리 축구계가 그런 실험을 하고 있지요.

 

그리고 아직까진 꽤 성공적으로 보이지요.

저렴한 가격으로 주목받지 못한 해외 선수들을 사오고, 2군급 선수들을 사들여 잘 키워 주력으로 쓰다가 옆나라 第二리그에 비싼 값에 팔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번 돈은 다시 지역에 선순환됩니다. 아주 바람직한 모습이죠. 그러니 지자체가 초기 투자비용을 대고, 경기장까지 지어주는 것이겠죠.

 

야구가 돈이 되서 미디어에서 많이 방송해주는 것처럼, 축구도 이득이 되니 많이 창단하는 겁니다. 간단한 인과관계죠.

 

세번째, 아시아 시대에 아시아 홍보가 가능하다.

 

축구는 아시아 챔스리그가 존재합니다.

축구란 스포츠는 동남아 최대의 인기 스포츠고, 중국에서도 최대의 인기를 누리는 스포츠입니다.

간단히 말해 축구팀으로 아시아에서 대박을 내면 그 파급력은 장난이 아니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아시아 클럽간의 리그가 있으니 아시아 챔스 리그라 하죠.

 

뭐 이건 단기적으로 봐선 답이 없는 거고,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문제인데.

해당팀의 연고 지자체에선 결코 쉽게 간과하지 않는 문제입니다. 시의회에서 논의될만한 문제면 가벼운 문제도, 정치인의 노리개감도 아니지겠지요.

 

3. 월드컵

 

 

 

 

 

더 이상의 설명은 무용하겠죠?

월드컵, 그 단어 하나로 충분합니다.

 

 

 

자, 이상으로 말도 안되는 잡설을 지껄여봤는데요.

전 이상의 변수들로 인해 결국엔 공중파에서도 축구 경기를 생중계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변이 넓고 기초가 튼튼할 뿐아니라, 모멘텀 역시 안정적으로 상승중인데다, 정기적으로 대박 이벤트까지 있습니다. 결국 축구는 언젠가는 생중계를 따낼 수 밖에 없습니다.

 

삽질만 안 하면 말이죠.

미디어는 분명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망하거나 비판할 필요까진 않겠죠.

장기적으로 축구가 미디어와의 성공적 결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장기적이라봐야 현재의 잘 닦인 인프라의 힘이 폭발할 때까진 5~6년 남았죠. 그닥 장기적은 아니라는 소리지요. 그러니 전 요즘 야구 중계 홍수에도 무감합니다.

 

축구의 함수가 미디어의 함수와 결합될 시기가 머지 않았다고 생각하니까요.

 

 

 

출처 : 한류열풍 사랑
글쓴이 : thermobaric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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